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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창홍 / EM환경센타 이사 |
| | 이 글을 쓰기 전에 잠깐 (사)EM환경센타의 현관에 있는 어항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2005년 1월부터 현재까지 물을 갈거나 청소를 하지 않고 열대어를 키우고 있었다. 심지어 여과장치도 없었다. 말 그대로 고인 물이다. 그런데 왜 많은 열대어가 자라고 새끼를 낳고 있을까? 그 이유는 바로 물이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물이 흐른다고 하면 물의 물리적 이동하는 것만을 생각한다. 하지만 이 어항은 또 다른 차원에서 물이 흐르고 있다. 바로 생명을 통해 물이 이동하고 있다. 어항에 있는 다양한 생물들 - 미생물, 식물, 물고기, 눈에 보이지 않는 동물성 플랑크톤 등 - 이 물 속의 양분을 이용하면서 물을 깨끗이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고인 물이란 생명이 살지 않는 물을 말하며, 물이 썩는 것은 물 속에 유기물이나 질소, 인 같은 영양염류가 있어서가 아니라 그 양분들을 먹고 사는 생물들이 없기 때문이다. 즉, 수중 생태계가 없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수질 오염과 그 정화에 대한 기존의 보편적이고 커다란 두 가지 관념의 잘못을 지적하고자 한다.
먼저, 질소와 인이 많으면 녹조가 증가한다는 관념이 있다.
이에 대해서는 수질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명백한 진리로 여겨지고 있다. 그리고 일면 타당한 측면도 있다. 물 속에 녹조만 살고 있다면 말이다. 이는 논에 거름을 주면 벼가 잘 자란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만약에 논에 벼만이 아니라 다른 식물과 동물들이 많다면 어찌될까? 그러면 다양한 생물들이 잘 자랄 것이다.
마찬가지로 수중 생태계가 잘 발달하여 녹조와 협력하거나 경쟁하거나 혹은 녹조를 잡아먹는 생물들이 다양하게 존재한다면 질소와 인을 주더라도 녹조는 크게 번성하지 못할 것이다. 질소와 인 같은 영양염류나 유기물들은 녹조만이 아니라 모든 생명체에게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문제는 녹조만이 자랄 수 있는 환경 즉, 병든 생태계가 문제이다. 수질 정화는 이 병든 생태계를 살리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러면 영양염류나 유기물 같은 양분이 많이 들어오더라도 수질이 나빠지는 것이 아니라 그 수중 생태계의 먹이가 되어 수중 생물들을 더 풍부하게 해 줄 것이다.
질소나 인이 죄가 아니라 생태계를 파괴하는 농약이나 독성이 있는 생활용품을 사용하는 인간의 문화가 죄인 것이다.
다음은 미생물이나 식물이 수질 정화를 주로 한다는 관념이다.
이도 일정정도 맞는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진짜로 수질정화에 기여하는 것은 동물이다. 아마도 TV에서 누구나 한번은 죽은 물고기를 뜯어먹는 게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만약 게와 같은 동물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그 죽은 물고기가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는데 수 십일이 걸리고 그 분해물을 식물이 먹고 자라는데 또 수 십일이 걸릴 것이다. 마치 어항에 밥알을 떨어뜨리면 순식간에 물고기가 먹어 없애는 것과 같다. 물고기가 없으면 그 밥알이 사라지는 데까지 걸릴 시간을 생각해보라. 즉, 수중생태계의 자정능력은 그 속에 사는 동물들이 얼마나 많으냐에 달려 있다. 지금 하천이나 호소의 수질이 문제가 되는 것은 이러한 동물들이 떼죽음하여 다시 회복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물속의 유기물은 동물들의 성장에 이용되거나 호흡에 의해 분해되는 것이 자연의 올바른 이치이고, 영양염류는 동물의 몸속에 농축되어 다시 육상생태계(특히, 산 꼭대기)로 되돌아가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사)EM환경센타의 현관에 있는 어항이 증명하고 있다.
따라서 수질 정화는 다양한 생물들이 살 수 있는 풍부한 수중 생태계를 만들어 내고, 수중과 육상생태계 사이의 활발한 자원 순환 과정이 일어날 때 이루어지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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