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우에 띄우는 글

 

                                          

                                            (사)EM환경센타 이사장

                                                      이영민 올림

 

 

 새벽이면 정안수를 떠놓고 기도하시던 母心을 본적이 있다.

 부족한 자식에 삶에 아무 말씀 없이 정성을 다하시는 뒷모습에 축축한 베개를 안고 눈을 뜬 적이 몇 해던가. 가속화를 넘어 재해에 가까운 속도로 변해가고 있는 삶의 변화 속에서 우리는 과연 잘 살고 있는 것일까. 몇 해가 지나면 안정이 될 것이라고 믿고 바라기에는 사람들에 마음이 너무 말라 있는 것은 아닐까. 살면서 많은 일이 있을 수 있으나 그냥 그렇게 바라보는 것만이 옳은 것은 아니다. 역사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지금에 상황이 어느 정도인지는 알 수 없으나 사람으로 삶을 살아가는 도리에서 농사를 짓는 농부의 가슴으로 부족함을 느끼기에 신묘년 한해의 농사를 우도에서 묵언위령제로 시작하려 한다. 소란스러운 잔치도 아니고, 갑작스러운 행사도 아닌 모내기 전에 막걸리 한잔 땅과 하늘과 바람과 온기에 나누는 것뿐이다. 다만 삶의 변명으로 더욱 열심히 못 살았던 한 노인에 반성정도로 생각해 주시면 고마울 뿐이다.    

 삶이 흔들리고, 터지고, 다투는 것은 마음에서 시작한다. 우리는 지금 너무 쉽게 말하고 책임 없이 행동하며 살아가고 있다. 대자연과 호흡하는 한 인간의 개성으로 너무 쉽게 말해서는 안 된다. 사람에 마음에는 말이 없다. 들리는 듯 하나 심장소리와 장기의 혈류의 흐름 외 마음에 위치도 어디라 정의하기 어렵다. 미생물이 아름다움을 만들 수 있다면 그것은 지금이 아니라 가까운 후일에나 가능하리라 믿는다. 곡우(穀雨)는 청명(淸明)과 입하(立夏) 사이에 있는 중요한 절기이다. 머리와 심장 사이 어딘가에 있을 마음 또한 중요한 사람됨에 요소이다. 봄비[雨]가 내려 백곡[穀]을 기름지게 한다는 곡우의 의미처럼 한번쯤 다시 생각해 사람에 아름다운 마음이 시작되는 날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농사의 시작은 파종에서 수확까지 책임을 지는 마음에 자세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지금에 우리 삶은  무엇인가 부족한 상태로 계속 진행되고 있으며 급격한 변화에 책임을 지려는 자세를 만나기 어렵다. 그렇게 사람도 삶도 지구도 아파지는 것은 아닐까. 지금 우리는 누구의 시선이 가장 새로운 것인가의 경쟁이 아니라 하찮은 마음까지도 필요한 자원의 사막화, 사고의 사막화의 지점을 공유하고 있다. 신묘년 가장 중요한 것은 너와 나의 마음이 이어지는 침묵의 온정이 필요할 때이다.     

 곡우면 “모든 곡물들이 잠을 깬다.”는 말이 있다. 지금쯤 우리 마음이 잠을 깰때가 아니겠는가.

 지금도 어디에서 자식 걱정에 새벽을 여시는 어머니의 마음으로 묵언위령제를 준비합니다.